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업사이드 (두 남자의 우정, 원작 비교, 40대 공감)

by dodo486 2026. 7. 2.

 

업사이드

 

40대 중반쯤 되면 '진짜 친구'가 몇 명이나 남아 있는지 세어보게 됩니다. 저도 어느 저녁 혼자 술 한 잔 하다가 문득 그 생각이 들었고, 그날 밤 틀었던 영화가 <업사이드(The Upside)>였습니다. 전신마비 억만장자와 전과자 청년이 만들어가는 우정을 담은 이 작품은, 보는 내내 '나는 저런 관계가 있나'를 계속 묻게 만들었습니다.

동정 없이 나를 봐주는 사람,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가

영화 속 필립(브라이언 크랜스턴)은 사고로 전신마비(사지마비, quadriplegia)가 된 인물입니다. 여기서 사지마비란 경추 손상 등으로 팔다리 모두의 운동·감각 기능을 잃은 상태를 의미하는데, 의학적으로는 완전히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중증 장애입니다. 필립은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거물이지만, 몸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집니다.

그런 그에게 생활 보조원, 즉 케어기버(caregiver)가 필요해집니다. 케어기버란 단순 간병을 넘어 환자의 일상 전반을 보조하는 역할로, 신뢰와 친밀감이 핵심입니다. 필립의 비서 이본느는 검증된 자격증 보유자들을 줄 세웠지만, 필립이 선택한 건 면접장에서 사인만 받고 나가려던 전과자 델(케빈 하트)이었습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고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영화라면 감동적인 첫 만남을 연출할 텐데, 필립이 델을 뽑은 이유는 지극히 단순했습니다. 다른 지원자들은 필립을 '돌봐야 할 환자'로 대했지만, 델은 그냥 '성격 까다로운 아저씨' 취급을 했거든요. 동정(sympathy)과 공감(empathy)은 전혀 다른 감정입니다. 동정은 상대를 아래에 놓고 내려다보는 시선이고, 공감은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필립이 원한 건 동정이 아니라 공감이었습니다.

40대가 되면 이 감각이 유독 예민해집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늘 강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다 보면, 누군가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때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저도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약한 모습을 보였을 때 위로받는 것보다, 그냥 평소처럼 대해주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열리더라고요.

델은 필립을 밀폐된 방에 가두지 않습니다. 페라리를 직접 운전하게 하고, 오랫동안 금기시됐던 흡연도 눈감아 줍니다. 이건 단순한 일탈이 아닙니다. 신체적 자율성(physical autonomy), 즉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권리를 돌려주는 행위입니다. 의료윤리에서 자율성 존중은 환자 중심 케어의 핵심 원칙으로 꼽힙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장애 및 재활 부문). 델은 전문 케어기버도 아니고, 의료 교육을 받은 사람도 아니지만, 이 원칙만큼은 누구보다 본능적으로 실천했습니다.

  • 동정(sympathy): 상대를 아래에 두고 내려다보는 시선 → 필립이 가장 싫어한 것
  • 공감(empathy):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느끼는 것 → 델이 본능적으로 한 것
  • 신체적 자율성(physical autonomy): 스스로 선택할 권리 → 페라리, 흡연으로 상징화
  • 케어기버(caregiver): 일상 전반을 보조하는 역할 → 신뢰가 핵심
요약: 필립이 델을 선택한 이유는 자격증이 아니라 동정 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대해준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고, 이것이 40대 가장들에게 가장 뼈아프게 공명하는 지점입니다.

 

원작 <언터처블>과 비교하면 뭐가 다른가

많은 분이 이미 아시듯, <업사이드>는 2011년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을 할리우드 방식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두 영화 모두 실화(실제 인물 Philippe Pozzo di Borgo와 Abdel Sellou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제가 직접 두 편을 이틀 연속으로 봤는데, 같은 뼈대에서 이렇게 결이 다른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원작 <언터처블>은 미장센(mise-en-scène) 측면에서 클래식 음악과 유럽풍 공간을 활용해 감정을 절제하면서 쌓아 올립니다. 미장센이란 프레임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 요소, 즉 조명·세트·배우의 동선까지를 연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오마 사이가 연기한 드리스는 자유롭고 거침없는 예술가적 기질이 강해서, 보고 있으면 그냥 에너지 자체가 다릅니다. 반면 <업사이드>의 델은 다릅니다. 케빈 하트가 입힌 이 캐릭터의 핵심은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은 가장'입니다. 전처와 아들에게 제대로 된 아버지, 남편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델을 움직이는 동력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40대 남자들한테 훨씬 더 직접적으로 꽂히는 설정입니다.

서사 구조(narrative structure) 면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서사 구조란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과 순서를 말하는데, 원작은 인물의 관계가 천천히 쌓이면서 감정이 후반부에 터지는 방식이고, <업사이드>는 초반부터 유머와 갈등을 빠르게 배치해 집중도를 끌어올립니다. 어느 쪽이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원작의 잔잔한 여운이 좋다는 분들도 있고, 저처럼 퇴근 후 지쳐서 소파에 누워 보는 사람에게는 <업사이드>의 직관적인 전개가 훨씬 편하게 들어오기도 합니다.

두 작품이 공통적으로 말하려는 건 결국 하나입니다. 계급, 장애, 전과 같은 사회적 낙인(social stigma)을 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났을 때 비로소 진짜 관계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낙인이란 특정 속성 때문에 개인이 부정적으로 규정되고 차별받는 현상을 말하는데, 두 영화 모두 이 낙인을 유머와 우정으로 해체합니다. 로튼 토마토 기준으로 원작 <언터처블>은 비평가 점수 75%, 관객 점수 97%를 기록하며 대중적 공감을 얻었고(출처: Rotten Tomatoes), <업사이드>는 비평가 반응은 엇갈렸지만 실제 관객 호응은 상당히 높았습니다. 비평과 대중 사이의 온도 차가 꽤 재미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요약: 원작이 절제된 유럽식 감성으로 승부한다면, <업사이드>는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은 가장'이라는 설정으로 40대 관객에게 더 직접적으로 공명하는 리메이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업사이드 원작인 언터처블이랑 어떤 걸 먼저 보는 게 낫나요?

A. 저는 개인적으로 <업사이드>를 먼저 보고, 여운이 남으면 원작 <언터처블>로 넘어가는 순서를 추천합니다. <업사이드>는 전개가 빠르고 유머가 직관적이라 부담 없이 진입하기 좋고, 원작은 그 이후에 보면 같은 이야기가 얼마나 다르게 표현될 수 있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생깁니다.

 

Q. 업사이드는 실화인가요?

A. 네, 실화입니다. 프랑스의 실제 인물 Philippe Pozzo di Borgo와 그의 보조인 Abdel Sellou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Philippe는 2001년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을 출판하기도 했고, 원작 <언터처블>은 이 책을 직접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Q. 케빈 하트가 진지한 연기를 할 수 있나요? 코미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요.

A. 저도 처음엔 그게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면 케빈 하트의 코미디 기질이 오히려 캐릭터에 맞게 작동합니다. 델은 원래 유머로 긴장을 풀고 관계를 여는 인물이기 때문에, 케빈 하트 특유의 빠른 말투와 과장된 리액션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후반부 감정 씬에서도 생각보다 설득력 있었습니다.

 

Q. 40대가 아니어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인가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다', '나약한 모습을 들키기 싫다'는 감정선은 40대에 특히 강하게 다가오는 건 사실입니다. 20~30대라면 오히려 델의 성장 서사, 즉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해 가는 과정에서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결론

<업사이드>는 화려한 액션도, 반전도 없는 영화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느낀 건,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입니다.  단지 웃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지금 내 곁에, 나를 동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40대가 되면 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원작 <언터처블>이 좋았던 분이라면 비교 감상용으로, 아직 둘 다 안 보셨다면 <업사이드>를 먼저 보고 원작으로 넘어가는 순서를 권합니다. 어느 쪽이든 다 보고 나면, 오늘 하루 연락이 뜸했던 오래된 친구에게 문자 한 통 보내고 싶어질 겁니다.

 

같이 보면 좋은 영화: 언터처블 1% 우정

참고: https://youtu.be/umzi1CWE5mw?si=O6sxHeA3q4yh2zwq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